분쟁의 땅에서 피어난 기적의 선율

 

 

크레센도 Crescendo , 2019 제작

독일 | 드라마 | 2021. 개봉 | 12세이상 관람가 | 112분

감독

드로르 자하비

출연

페테르 시모니슈에크, 사브리나 아마리, 메드히 메스카르, 다니엘 돈스코이

영화 <크레센도>는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로 일컬어지는 다니엘 바렌보임의 West-Eastern Divan Orchestra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변신한 인물이다.

이 거장은 모두가 치유받길 바라면서 1999년 꿈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념적, 종교적 대립을 버리고 음악으로 소통하기 위해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중동 지역 출신 젊은 연주자들로 단원을 구성한 것이다 . 오케스트라 이름 또한 동서 문명 간 화합을 염원한 대문호 괴테의 시집 ‘서동시집 West-Eastern Divan Orchestra ’에서 따와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크레센도는 음악 용어로 ‘점점 세게’, ‘점점 강하게’라는 뜻이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에두아르트’는 평화 콘서트를 위해 오디션을 거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을 뽑는다.

라일리라는 팔레스타인 소녀는 이스라엘 국경 검문소를 통과할 때부터 이스라엘의 엄격한 텃세를 경험한다. 다른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오디션을 통과하여 모인 단원들을 보니 이스라엘 사람들과 반반이었다. 오디션 때 못 본 사람들도 있어서 팔레스타인 단원은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서 들어 왔는데 이스라엘 단원들은 오디션도 안 거치고 들어 왔다며 항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단원들도 오디션을 거치지만 이미 실력이 검증된 사람들이라 쉽게 들어온다. 에두아르트는 뜻밖에도 전체 리더로 팔레스타인 여성 라일라를 임명한다. 라일라보다 경력이 10년도 더 되는 이스라엘 출신 론은 즉각 반발한다. 이후 둘은 계속 티격태격한다.

이렇게 수십 년간 이어온 분쟁과 갈등을 넘어 오직 음악을 바라보고 모였지만, 깊이 담겨 있던 분노와 증오는 이내 서로를 공격한다. 서로 테러리스트라고 반목한다. 지금은 청소년들이지만, 곧 이스라엘은 18살이 되면 여자도 군에 입대하여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언제 또 공격을 해올지 모르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이탈리아에서의 공연을 목표로 이탈리아 북부 휴양도시 볼자노로 향한다. 알프스가 보이는 아름다운 도시다. 연습 과정에서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위해 지휘자 ‘에두아르트’는 진심을 담아 노력한다. 전체 연주를 하는데 전체가 하모니를 이뤄야 하는데 남의 소리는 안 듣고 자기 부분에만 소리를 낸다며 서로 적대감이 있어서 그렇다는 진단을 내린다. 서로를 이해하라며 팔레스타인 단원에게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쓰는 모자를 써 보라고 하고 이스라엘 단원에게는 아랍인들이 쓰는 검은 천을 두르게도 해본다. 양쪽에 거리를 두고 줄 서서 서로를 마음껏 욕하게도 해 본다. 그 다음은 '평화'를 원하는 사람은 여기 모여 보라고 하니 대부분 모인다. 영원히 평행선을 걸을 것 같던 이들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공연을 하루 앞두고 팔레스타인 클라리넷 연주자 ‘오마르’와 이스라엘 프렌치 호른 연주가 ‘쉬라’가 사라진다. 둘은 처음부터 유난히 가까웠고 수영장 물속에서 몰래 키스도 나눈다. 둘이 사랑한다며 동침하는 장면을 스마트폰에 올린 것이 라일리에 의해 흘러나가 쉬라의 부모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래서 파리에 살던 쉬라의 삼촌이 급히 볼자노에 와서 쉬라를 데려가려고 온다는 소리를 듣고 도망친 것이다. 도망치는 과정에 오마르가 낙상했는지 죽는다. 그래서 이 문제는 큰 뉴스가 되고 오케스트라 공연은 취소된다. 오마르는 결혼식장에 가서 연주해주고 먹고 사는 직업의 아버지를 곁에서 돕고 싶었으나 프랑크 푸르트 장학생 유학을 권유 받았을 때 망설였다. 그러나 애두아르트가 " 네 인생은 네가 결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에 갈등했었다. 그러다가 쉬라의 애정 공세에 아버지보다는 제 갈 길을 택했던 것이다.

쉬라의 삼촌이 쉬라를 데리고 차에 태우자 모두가 망연해진다. 라일리는 흙덩이를 차에 던지며 유대인을 저주한다. 나머지 사람들도 절규한다.

에두아르트는 단원들 앞에서 자신의 과거를 얘기한다. 아버지가 나치 독일 수용소의 의사로 수많은 유대인을 죽인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다른 나치단원들처럼 부모도 이탈리아로 도망쳤다가 남미로 가려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고 했다. 자신은 그 아들이어서 아직도 유대인들의 테러 위협과 반대에 직면해서 살아오고 있다고 했다. 탁월한 실력의 오마르에게 독일 음악대학을 추천한 것도 과거에 원수였어도 세월이 흐르면 다시 융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나치의 아들인데 생전에 이스라엘 입국을 하게 될지 몰랐으나 세월이 결국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연이 취소되어 모두 허탈해진 모습의 단원들이 볼자노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데 론이 바이올린 활로 기둥벽을 두드리며 시동을 걸더니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시작한다. 단원들이 하나둘 악기를 꺼내 모두 이에 동조하며 함께 연주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엔딩이다.

볼자노 공항은 업무상 자주 출장 갔던 공항이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에 접해 있어 독일 땅이었던 적이 있어 독일어도 잘 통한다. 고급 휴양지 동네다. 유명한 돌로미테 봉우리가 보이고 아름다운 산 위에 산상열차도 다니고 케이블카로 출퇴근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하루 한번 비행기가 뜨기 때문에 결항되면 꼼짝 없이 다음날 비행기를 기다려야 한다. 볼자노 공항은 우리나라 지방 버스 터미널 정도의 규모라서 공항에서 조종사, 스튜어디스와 미리 인사하고 차도 마시다가 직접 기장과 스튜어디스가 간이 짐검사도 하고 같이 비행기를 타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는 현재 진행중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 대비 볼만한 영화다. 지금은 서로 적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영원한 적은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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