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만종'을 생각나게 하는 텃밭의 저녁노을

텃밭 간판과 무궁화

무더운 여름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텃밭 간판과 활짝 피어있는 무궁화가 싱그럽다. 서울 도심에서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기란 쉽지 않다. 어느 땐 황사와 매연으로 뒤덮여 뿌연 하늘을 보는 때도 많았다. 그랬던 하늘이 가을하늘처럼 맑고 푸르다.

청명한 하늘

한여름 따가운 태양이 텃밭 위로 쏟아진다. 시인 릴케가 기도했던 남국의 태양이다.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허락하시어 마지막 과일이 익게 하시고 단맛이 포도주에 스미게 하소서’ 이 태양 빛이 없다면 과일이 어떻게 익을 것이며 단맛이 나겠는가? 과일 한 개에서도 햇볕을 받은 쪽과 그늘진 쪽의 당도가 다르거늘, 햇볕의 신비함이다. 그러니 모든 과실이 익고 맛을 내는 데 태양 빛은 반드시 필요한 환경이다.

텃밭 위로 붉게 물든 저녁 노을

저녁 무렵 텃밭에서 보는 노을은 또 어떤가? 마치 밀레의 '만종'을 생각나게 한다. 도심 속에 작은 텃밭이라 할지라도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포기 채소든 과일이든 자연이 주는 선물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게 한다. 텃밭을 자주 나오게 되는 것도 이렇게나마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체험하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보는 저녁 노을과 아파트 거실에서 에어컨 켜고 보는 저녁 노을은 감동이 다르다.

든든한 텃밭 지킴이

텃밭 입구에 옥수수 두 포기를 심었다. 텃밭을 지키는 수문장의 의미다. 뿐만 아니라 그만그만한 텃밭이 수백 개 붙어 작물들이 비슷하게 자라다 보니 헷갈릴 수도 있다. 그때 이 수문장은 확실한 표시가 된다. 멀리서도 옥수수만 보여도 한눈에 구별하기 쉽다.

잘 여문 옥수수

우뚝 자란 옥수수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수염이 마르기 시작했다. 수염이 마른다는 것은 알이 잘 여물어 수확해도 좋다는 신호다. 물론 옥수수 껍질을 살짝 헤집고 간을 보기도 하지만 옥수수 수염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물어 제대로 익은 몇 자루를 따서 보니 먹기 좋게 알이 박혀 있다.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설탕을 가미하지 않고도 맛이 가히 일품이다. 밭에서 바로 따온 옥수수라 그 맛이 일품이다.

익어가는 방울토마토

토마토가 익어간다. 전깃줄에 제비 새끼 앉듯 줄지어 달린 방울토마토가 여간 귀엽지 않다. 오죽하면 방울토마토라 했을까? 큰 토마토도 몇 그루 심었지만 이렇게 많이 달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방울토마토는 끊임없이 달린다. 일조량이 좋아서인지 단맛도 풍부하다.

다시 자라는 들깨 새싹

지난번 감자를 캐고 난 뒤 뿌린 들깨 씨앗이 이렇게 많이 자랐다. 넉넉히 씨앗을 뿌렸는데 뿌린 대로 모두다 싹을 틔우지 않았나 싶다. 뿌린 골마다 수북이 돋아 나왔다. 깻잎은 향도 좋을 뿐 아니라 여러 용도의 반찬으로 인기가 있다. 특히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깻잎은 그 진가를 발휘한다. 고기 구워 와인 한잔 하면 세상 무엇이 부러울까?

풍성한 과실의 모습

텃밭이 작아 많이는 못 심었어도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었더니 그 재미가 쏠쏠하다. 고추도 아삭이 고추와 청양고추가 그 풍미를 더한다. 가지는 몇 포기 안 되어도 자라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며칠 만에 가보면 미끈미끈하니 쑥쑥 커 있다. 풍선에 바람 불어 넣듯 한다.

텃밭의 귀요미 봉숭아꽃

우리 텃밭의 귀한 애굣덩어리 봉숭아다. 밭 입구에 한 포기 심었더니 예쁘게도 피었다. 어릴 때 누님들이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이던 생각이 난다. 시집간 누님들 생각이 나고 시골 학교 계집애들 고무줄놀이 하던 생각도 난다. 붉게 핀 모습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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