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며칠 있다가 현장 실습을 간다며 아이는 신이나서 얘기를 늘어 놓았다. '큰 총각네' 라는 농원에 가서 직접 고구마를 캐고, 내가 캔 건 가져오고, 딸기잼도 만들고, 밤도 주울거고, 그것도 자기가 주운 건 가져 오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오징어 야채전을 직접 만들어서 먹을 거라며 무척이나 신이 나 단숨에 줄줄이 얘길 늘어 놓았다. 그런데 그 전날에는 비가 왔고 가는 아침에는 약간 흐렸다. 하늘을 보고 기분이 좀 안좋은 것 같았으나 그래도 모자랑 간편복으로 잘 챙겨 입고는 활기차게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갔다. 내심 참으로 즐겁겠구나 생각하며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랬다.

저녁에 집으로 들어서더니 자기가 캤다는 고구마랑 주은 밤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곤 얘기가 시작되었다. 고구마가 보통 큰 게 아니었다. 호미로 찍지도 않고 잘 캤다고 칭찬을 하자 기분이 아주 좋은 얼굴로 또 다시 거기서 있었던 얘기들을 신나게 했다. 잼을 만들었는데 어떤 애가 손가락으로 맛을 본다고 그냥 찍어 먹어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는 얘기로부터 참으로 쉬지도 않고 쫑알거렸다. 4학년이 되면서 부쩍 말이 많아지고 발표도 열심히 아주 잘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언제 저렇게 컸나? 싶어 생각하면 할수록 대견스럽기만 했다. 이제는 조금씩 자기에 대한 것들을 챙길 줄 알아가는 단계인 듯하다. 일일이 주의 안 주고 일을 시켜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싹을 틔운 거 같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데 몇 명이 차 안에서 질서를 안지켜 선생님 기분이 안 좋아졌었다며 꼭 그런 애들이 생기는 게 이상하다며 눈을 흘겨가며 화를 냈다. 더군다나 그게 자기 조에 속해 있는 아이였다나? 속상하고 창피했다나? 냄비에서 고구마 익는 냄새가 솔솔 올라왔다. 우린 얼른 우유 한 잔씩을 따라 놓고 고구마를 접시에 올려놓았다. 정말 단 맛이 든 맛있는 고구마였다. 원래도 고구마 찐 걸 좋아하는데다 본인이 캤으니 더 맛있는 듯 보였다. 우리는 찐 고구마를 먹어가면서도 쉬지 않고 간을 섞어주는 꼬마 얘기들에 쿡쿡거려가며 덕분에 좋은 간식 시간을 가졌다. 역시 꼬마가 있어 이런 재미를 느낄 수가 있는 거로구나란 생각을 또 했다. 꼬마는 내 생활 속 맛있는 나의 간식과도 같은 존재란 생각을 하면서 아무도 모르는 삶의 생기를 은근 슬쩍 맛본다. 내 생활이 윤택해지고 어렸을 적을 기억나게 해 주는 활력소 같은 존재라는 것에 고마움을 쌓아가며 지낸다.

?고구마는 줄기로 달려나오는 거라 캐기 안 힘들었느냐고 물어 보니 괜찮았단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고구마를 잘 캤을까? 생각하면서 그 농원 언니들이 좀 불친절했다면서 우리가 힘들게 했나보다 라고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었었다고 했다. 남자 아이들이 마구 뛰어 다니고 말을 잘 듣지 않고 행동들을 했던 것들이 있었디며 잼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서 혼이 난 아이도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게 오징어 야채전을 부쳐서 먹었다며 자랑이 한창이었다. 사진이 없네? 했더니 거기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은 몰수당했다고 했다. 집에 올 때 되돌려 받았다며 한 장도 못 찍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중에 단체 사진을 각자에게 보내준다고 했다며 빨리 보고 싶다고 쫑알대며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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