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이 되면 서울을 벗어나 조용한 강가에서 살고 싶었다. 그림에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집들이 지어져 있는 그런 곳에서 살다가, 죽으면 강가 뜰에 있는 나무 밑에 묻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류시화 시인이 쓴 수필 한편이 떠올랐다. 제주도 바닷가에 아파트 한 채를 얻었는데 평일 밤이 되면 아파트의 불들이 거의 다 꺼져 있고 관리사무소와 시인이 사는 집에만 불이 켜져 있더라고 했다. 바다에 나가도 사람이 없어 마치 진공 속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더라고 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소설가 한수산의 수필에서 본 내용이다. 오래 전 여주의 강가에 평생 소원이던 넓은 집필실을 마련했었는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는 소리가 계속되면서 여기저기 집이 지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사대강 개발이 박차를 가하면서 이포보를 만드는 소란에 아침이면 들려오던 새소리도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아름다운 강가에 그림 같은 오두막은 꿈에서 그쳐야 할 것 같다. 어떤 아름다운 경관도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사흘이면 없어진다고 한다. 나의 꿈도 그냥 접고 지금 사는 집에서 내 노후를 보내야 하는 걸까? 나이 들어서 변화를 준다는 것은 겁나는 일 같기도 하다. 머리 속에서 집을 몇 채나 지었다 허물었다를 반복하며 꿈만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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