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 백일장 심사를 끝내고 수고비 영수증을 쓰는데 통장 계좌번호를 써 내야 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통장사진을 보며 옮겨 적었다. 옆에서 65세 심사위원이 “선배님, 자기 통장 번호도 못 외우세요?“ 하는 것이었다. 나도 그 나이에는 통장 계좌번호를 외우고 다녔다. 그런데 은행의 계좌번호 시스템이 바뀌고 외환은행이 합병되어 하나 은행으로 바뀌면서 계좌번호도 바뀌었다. 그 후로는 계좌번호 쓸 일도 별로 없다 보니 못 외우게 된 것이다. 75세 선배에게 계좌이체로 송금할 일이 있었다. 카톡으로 신한 062-xxxx 식으로 계좌번호가 찍혀 왔다. ATM 기계에서 그 계좌로 송금하려는데 그런 계좌가 없다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좌번호가 안 맞으니 다시 확인 바란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062 대신 061이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또 안 맞았다. 다시 확인 요청을 했더니 신한은행이 아니고 기업은행이라고 했다. 그런데 또 안 맞는다고 나왔다. 늦은 밤 술 취한 상태에서 그래도 한시라도 빨리 보내주려고 했는데 번번히 이러니 짜증이 났다. 통장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통장 사진을 보니 처음 보낸 계좌번호가 맞는데 신한은행이 아니고 기업은행이었다.

80세 선배가 전화했다. 인수인계 때 통장과 카드를 다 줬는데 카드를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통장 금액은 이미 내 통장으로 이체했으니 잔고도 제로고 카드는 받은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믿지 않았다. 카드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인수인계 때 증인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내가 다 뒤집어 쓸 뻔 했다. 이 일도 은행에 너댓번 가서 해결했다. 선배들을 보니 나의 앞으로 5년 후 10년 후가 그려진다. 나도 그렇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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