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향기로운 커피

김순영 승인 2021.10.12 09:15 | 최종 수정 2021.10.12 10:07 의견 0

이미 포화 상태인 줄 알았는데 카페는 점점 늘어난다. 하긴 사람들이 대화할 때 마시는 것은 술 아니면 주로 커피다. 나도 커피를 하루 2~3잔 정도 마신다. 마시는 종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커피, 그 중 아메리카노로 돌아온다. 다들 따는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는 것으로 봐서 수준 높은 커피를 마실 의향은 없이 그저 정신 차려야 할 때, 뭔가 마셔야 할 때, 그냥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게 되는 것 같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맛과 산지의 특성,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해의 기후, 와인의 역사를 알고 마시면서 더욱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즐기게 되기도 한다. 커피도 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와인보다 소비자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고 이야기거리는 더 무궁무진하다.

이 책은 커피에 대한 그 모든 이야기 거리를 제공한다. 알고 있던 많은 역사이야기를 커피를 중심으로 새롭게 엮어 우리의 삶이 향기롭게 보이도록 제시한다. 제1장에서는 커피가 에덴동산에서 시작되어 예멘, 에티오피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라크,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미국으로 퍼져나간 과정을 추적한다. 커피의 시원지는 에티오피아지만 예멘이 커피를 퍼뜨리며 모카항을 중심으로 커피 수출을 독점한 이야기,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할 때 죽음을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 커피가 그를 살려내며, 특히 시아파의 신비주의파 수피들에 의해 이슬람의 음료로 널리 퍼진 이야기, 비바 부단이 몰래 인도로 씨앗 7개를 몸에 숨겨서 아시아 지역으로 퍼진 이야기, 이슬람에 천년 머문 커피가 오스만제국 시절 본격적으로 유럽과 식민지 아메리카에 퍼지며 자유와 평등을 각성시킨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제2장, 조선에서는 일본의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상업적으로 커피가 1890년대부터 판매되고 있었단다. 『독립신문』에 자바 커피를 판매한다는 광고나 홍릉 전차정거장 앞에서 다과점(한국 최초의 커피하우스)에서 커피와 차, 코코아를 판매한다는 광고가 실려 이미 대중화 되었었고, 고종이 처음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니란다. 이상의 제비다방, 학림다방 이야기, 동서식품의 커피 믹스 등등

(커피 인문학> 글 박영순, 그림 유사랑)

제3장은 커피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커피추출 과정의 다양화와 기구들의 변화 발전을 얘기하며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커피 중독자임을 밝힌다. 또 역사상 많은 전쟁에서 커피를 가진 자들이 승리를 했는데 커피의 각성 효과 때문이란다. 미국도 남북전쟁시 북군은 전투 교범에 “커피는 강인함과 에너지의 원천이다”라고 천명하고, 병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커피를 공급했고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커피 원두를 재빨리 갈아 마시려고 아예 소총의 밑동, 일명 ‘개머리판’에 그라인더를 장착했다 한다. 프랑스 해군 장교 클리외는 프랑스 왕립식물원의 커피나무를 갖고 3개월 동안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해 마르티니크섬에 전했는데, 그 후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국경 분쟁을 벌이던 사이 포르투갈(당시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은 잘 생긴 군인을 이용 프랑스의 총독 부인을 꼬드겨 커피 묘목을 들여와 브라질이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이 되게 한 것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콧대 높은 프랑스 총독의 부인을 브라질 군인이 홀렸다는 이야기에 열광한단다. 제4장은 커피 산지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 3대 커피가 탄생한 이야기다. 독립전쟁의 계기, 보스턴차 사건, 그 후 최고의 커피 소비지였던 미국은 하와이를 얻자 커피 생산국이 되며 세계 3대 커피의 하나인 향미가 풍성한 ‘하와이안 코나 커피’를 생산하게 되었단다. 당시 유럽 커피의 반 이상을 공급했던 프랑스 식민지 아이티가 본국 프랑스대혁명의 영향으로 평등을 외치며 커피 생산 노하우를 가진 수천 명이 자메이카로 탈출해오고 커피 생산 중심지가 되며 또 디른 최고급 커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 탄생한다. 커피원두는 크게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병충해에 약한 아라비카종, 고급종으로 원두커피로 사용되며 저지대에서도 병충해에도 잘 자라는 로부스타종은 인스턴트커피를 주로 만드는데 고지대에서는 기계화가 어려워 수작업으로 진행되며 그들의 기술과 정성으로 맛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댓가를 공정하게 치르도록, 생산과 유통을 과학적 합리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여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커피생두 거래가의 95%를 생산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의 활동이 본받을 만하다는 내용이 자세히 실려 있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에 노력의 무산을 걱정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커피 이야기의 박사가 될 것 같다. 이제 커피 맛만 감별해 내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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