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대한 편견

55세가 많은 나이인가?

조왕래 승인 2021.07.17 22:13 | 최종 수정 2021.07.17 22:53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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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민의힘’ 대변인 뽑기 공개 선발이 있었다. 1985년생의 젊은이가 당대표를 해서인지 처음보는 광경이다. 토론배틀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방송을 탔지만 마치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듯 재미있었다. 정치는 국민과 함께 가야하고 아무리 정치판이 혼탁하다 해도 우리는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치란 결국 우리의 삶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잠시나마 정치판으로 돌리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누구의 대변인은 누구의 혀처럼 움직여줘야 한다. 괴로운 질문이지만 나의 생각과 당의 방침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있었다. 순발력과 충성심을 가늠하는 문제에도 그럴 듯하게 대답을 잘한다. 똑 같은 주제를 갖고 편을 갈라 찬성, 반대의 논쟁을 시킨다. 속마음은 찬성이지만 반대편에 서서 반대를 옹호해야 한다.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찬성자의 말을 들으면 그것이 맞는 것 같고 반대자의 토론을 듣고 있으면 반대가 옳은 것 같다. 아주 혼을 쏙 빼 놓는다. 대변인과 나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나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은 그렇게 한다. 이번에 모두 564명이 지원했는데 1차 관문을 통과한 100명중에는 현대중공업의 전문경영인으로 회장까지 오른 79세의 민계식 후보도 있었다. 이 분은 내가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나는 만났고 그분의 기억에는 내가 없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달리는 마라톤 대회였다. 한무리의 주자들이 흰 백발을 날리고 힘들어 하는 분을 호위하듯 애워싸고 달리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모습에서 완주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앞질러 달렸다. 30km를 지나면서 나를 추격해 오는 한 무리의 팀 속에 종전 모습과 전혀 다른 노익장이 달리고 있었다. 유니폼을 통해 누구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체력과 정신력이 있어 대기업을 운영하는구나 하는 존경심이 일었다. 해외 유학파에다 해양공학박사이고 기업을 운영해 본 이런 분이 정치일선에서 대변인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이라는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탈락했다. 아쉬웠다.

남을 잘 설득하려면 먼저 흥분하면 안된다. 논리정연한 말은 잘하지만 예의를 갖추지 못한 그냥 말꾼은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도록 얄밉다. "너 말은 맞지만 나는 무조건 너가 싫다" 고 하면 끝이다. 해박한 지식과 과거의 사건사고를 두루 섭렵하고 있으면서도 상대를 인정해 주는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 대변인에 적격일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나이 많은 분들이 대변인으로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사회는 나이 많은 분들에게 오히려 너그럽지 못하다. 나이 들면 사고의 순발력이 느리고 고집이 세고 꼰대 행세를 한다는 사회통념이 부지불식간에 우리 저변에 깊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4강전에서 3위로 입상한 55세의 방송인 출신 김연주씨가 있었다. 최종 평가전에 직접 출연을 하지 못하고 원격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심사위원과 호흡을 하지 못해 질문의 요지를 알아차리는 현장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심사위원 점수로는 꼴찌였다. 반면 그녀는 문자 투표를 많이 받아 3위로 올라섰다. 누가 그녀에게 문자투표를 많이 했을까? 나처럼 이왕이면 연장자가 1등이 되기를 바랐던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1등이 되어 대변인 활동에 나이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보여주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믿는다. 오히려 젊어서 넘치는 혈기 때문에 엇박자를 내는 사람도 많다. 젊은이에게 조언이라는 브레이크를 적절히 걸어주는 연장자가 필요한 시대가 오히려 요즈음이다. 55세의 나이는 해가 중천에 떠있는 한 낮이다. 노벨상 수상자도 고령자가 많다. 나이를 모르게 불라인드 채점으로 했다면 의외의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앞으로 시도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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