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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7월 15일 정오가 되면 나의 여행자 자가격리는 끝난다. 조금은 운신의 공간이 확장된다는 기분이다. 좀 과장하여 압박과 서러움에서 해방되는 민족이란 느낌? 요샌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말도 있던데 그 우스꽝스런 표현이 우습게 내 기분과 맞다. 그렇다고 그동안 꼭 가야할 곳 참석해야 할 모임도 없었건만 내 의지나 나의 일상의 편안한 행동에서 벗어나 외부의 강압에 의한 구속이 있었다는 기분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어제 오후 다른 사람들이 나의 이 시간을 알아서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내가 제주도에서 주기적으로 만나는 지인들 몇 명이 안부 전화를 했다. 모두들 집콕하면서 당연히 귀국했어도 집순이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동안은 아예 한국에 없는 사람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모인 독서회 회원들이다. 책과 가깝다는 건 일상에서 자기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성품으로 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늘 그 점이 부각된다.

미국으로 ?떠나기 이틀 전에 내 손에 들어 온 내 책 '달토끼' 두 권만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회원에게 전했다. 다른 회원들에게는 귀국하여 전하려는 마음이었다. 아직 손에 넣지 못한 몇 회원도 이미 그 책을 읽은 모양이다. 잘 읽었다. 재미있었다. 용감하다. 대단하다. 솔직진솔하여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등등 칭찬일색이다. 물론 그래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상당한 독서수준이 있는 사람들이라 앞으로 만나면 예리한 비판과 앞으로의 글쓰기에 보탬이 되는 무섭도록 사실적인 칼날을 날려보내리라고 나는 이미 단단히 각오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말들은 처음 나누는 예의로 무장한 달콤한 말이다. 이제 본론에 들어가면 섬광이 번쩍이는 무사의 칼이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기다리는데 하는 마음이 더 앞서고 두려워 오늘 있을 그 모임을 피하고 싶기만 하다. 나는 달랜다. 내가 생산한 육손이를 떳떳하게 사랑하자고, 그리고 말은 일단 화자의 입을 떠나면 청자의 것이라고 내 해석에 따라 그 언어는 의미를 가진다고. 지금까지 내 귀로 받아들여 내 안에 자리잡은 이 칭찬의 언어들을 진심의 언어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청자의 땅에 들어온 그 말들을 내가 굳이 해부하여 희미하게라도 깃들어 있는 부정적인 의미로 마음 졸일 이유가 뭔가. 그건 얼마나 바보천치 짓인가. 이제 그 말들의 주인은 나인 것을, 전적으로 내 해석에 달려있는 것을, 나한테 독점권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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