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부터 8/15까지 수확

평소 블루베리를 좋아했었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신장에 좋은 검은색 식품을 보는대로 먹으라는 한의사의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으니 비싸도 제철에는 늘 사다 놓고 먹고 있었다. 요즘은 담뱃갑만한 크기의 플라스틱 용기 하나가1500~2000원이다. 블루베리 수확 체험에 초대받아서 다녀왔다. 서울에서 3시간 걸리는 강원도 화천에 있는 ‘채향원’이라는 곳이다. 우리나라 블루베리 농장을 처음으로 가꾼 김응수대표의 딸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블루베리에는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항당뇨 및 항암작용이 우수하다는 것과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시야를 맑아지게 한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블루베리는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곡물 가공품뿐 아니라 주류, 음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그래서 이 농장에서는 블루베리로 만든 식초, 쨈, 와인 등도 식품관리인증(HACCP)을 받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농장에 도착하자 사람 좋게 생긴 김응수대표의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블루베리 수확에 대한 방법을 간단히 설명 듣고 곧바로 농장에 들어가 허리 춤에 바구니를 묶고 블루베리를 따기 시작했다. 양손을 이용하여 한손으로는 송이를 잡고 한손으로는 잘 익은 블루베리만 돌려서 따는 것이 요령이다. 블루베리의 수확은 6월25일경부터 8월15일까지라고 했다. 난제는 포도처럼 송이째로 한번에 익지 않고 한 송이에서 익은 것과 안 익은 것이 섞여 있어 잘익은 것만 골라 따야 하는 것이었다. 일손이 많이 부족한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 때문에 못들어오고 인근 화천 지역은 인구가 많지 않다. 제때 따주지 않으면 익어서 그대로 땅에 떨어져 버린다. 수확은 잘 익은 열매만 따서 담지만, 따면서 먹는 것도 허용한다. 농약은 사용하지 않았고 눈높이에서 열매를 따게 되므로 흙이 묻어 있지 않아 그냥 먹어도 문제가 없다. 열매에 하얀 과분이 붙어 있는 것이 싱싱한 블루베리며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 가지가 처지도록 열매가 소록소록 많이 달린 블루베리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과 요기가 되었다. 작업은 쉽지는 않았다. 요령을 피우면 별 것 아니지만, 간간히 햇볕이 내리 쬐면 옷이 땀에 범벅이 되어 등에 붙었다. 아래쪽 열매를 따기 위해 무릎을 굽힌 것도 나중에 다리가 후들거리게 만든 원인이었다. 단순 노동의 즐거움은 있다. 2시간 작업 후 점심을 제공받고 빵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블루베리를 미리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에 넣고 1시간 반 동안 구우면 내가 만든 빵이 완성되어 가져가게 한다. 1만원이다. 나는 순진하게도 내가 딴 블루베리는 내가 다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딴 블루베리를 모두 합쳐 창고로 가져가서 1kg에 2만원에 팔았다. 1kg이면 도시락만한 크기의 플라스틱 상자 2개에 해당되는 많은 양이다. 농장에서 따면서 입에 넣은 것까지 감안하면 kg당 2만원은 아주 싼 가격이었다. 농장은 수확에 노동력을 제공받았고 체험자는 수확의 즐거움을 맛봤다. 그리고 자기가 딴 양보다 더 많이 선물용으로 더 사가지고 간다. 체험 안하고 블루베리만 사면 kg당 25,000원이고 택배로 주문하면 택배비 4500원 별도란다.

?이 방식이 6차 산업이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여기에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융합?복합화한 산업을 의미한다. 1+2+3=6이라는 의미에서 6차 산업이란 명칭이 생겼다. 예를 들어 농업이라는 1차 산업과 이를 통해 얻어지는 특산물을 이용한 재화의 생산(2차 산업), 그리고 관광 프로그램과 같은 서비스 창출(3차 산업)을 통해 6차 산업이라는 복합산업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차를 몰고 스스로 찾아온다. 그리고 직접 따면서 수확의 기쁨을 맛본다. 그리고 빵 만들기 등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관광산업도 되는 것이다. 실제로 칠판에 7월 한달 체험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 전세버스가 주차장을 메울 정도다. 연구원이자 교수 출신인 김응수대표는 러시아 파견 근무 시절 하필이면 블루베리 수확철에 블루베리를 처음 가보게 된 것이 블루베리와의 첫 인연이었다고 한다. 2005년 정식수입절차인 박테리아 검사를 거쳐 삽목용 묘목을 가져와 우리나라에 블루베리를 정착시켰다. 4년간 열매 수확을 포기하고 8년차에 제대로 된 열매를 생산하는 건강한 블루베리 나무를 길러내서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한다. 블루베리만 7000여주에 농장의 규모도 크고 숲속 쉼터도 마련했다. 앞으로 농장 내에 베이커리 카페를 만들고 나면 6차 산업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의 경영 철학은 자녀 상속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지분을 배분하고 사회단체에 일정 지분을 기부하는 것으로 노후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알차고 보람찬 하루였다. 나무에 달린 신선한 블루베리까지 양껏 먹었으니 호강한 셈이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블루베리의 식감이 여전히 입 안에 맴돈다.

(?채향원)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모현동로 185-22번지

033-441-3435, 예약 010-8000-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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