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아들 내외의 강요로 심장 정밀 검사를 받았다. 특별한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들 친구가 유명한 심장전문의에게 특별 검진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마련해 주었다고 하여 하기 싫은 검진이었지만 받게 받았다. 늘 내 버릇대로 약속시간보다 좀 이른 시간에 병원에 도착했다. 종합병원인데 처음 가 보는 병원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기웃기웃 하는 내 귀에 들려오는 이야기가 마치 우리 민요가락을 듣는 것처럼 반가웠다.

어느 파트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좀 고조된 모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는 영어로 빠르게 하는 대화라 전혀 알아듣지 못했는데 내 모든 집중력을 동원하여 들어 보니 한류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무 재미있는 드라마라면서 특히 인상적인 장면들을 서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귀가하여 친구한테 전화로 이 이야기를 전했다. 자기도 미국인 치과의사한테 치과 치료 받고 있는데 거기서도 늘 한류드라마 이야기를 한단다. 그 친구는 은퇴하여 딸이 살고 있는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한인 치과 의사를 찾지 못하여 미국인 치과 에 다닌다고 했다.

그동안 나는 한류에 대하여 자랑스럽다, 우리 국민들의 예술기가 이제 세계로 향하여 달리는구나, 하면서 좋아는 했지만 그렇게 피부로 느끼지도 않았고 드라마에는 아주 무심했었다. 시청한 드라마도 별로 없다. 한국 드라마에 대하여 그렇지 정도로 알았다가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서 야단들 하니 갑자기 내가 그들보다 먼저 감상 할 특권이 있는데 그 가치도 모르고 쓰레기통에 버린 것 같은 억울함과 어리석음과 안목의 비천함이 나를 윽박질렀다. 그날 부터 넷플레스로 우리 드라마 모아보기가 시작되었다 사람도 만나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고 밥도 티비 앞에서 먹고 커피만 홀짝홀짝 거리며 드라마광이 되었다. 좋은 형사 16회분, 아저씨 16회분, 터널 16회분. 킹덤 등등 1회분이 1시간을 넘기는 길이를 이렇게 모아 시청했더니 이제는 눈이 가물가물하고 뻑뻑하다. 그동안 혼밥타령했던 내가 자처하여 혼밥으로 떼우고 아이들이야 먹든말든 관심도 없다. 한국드라마에 완전히 후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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