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교수 인문학 칼럼> 제803호 : 희망의 기적

박영희 승인 2021.06.05 23:41 의견 0

예방주사(豫防注射) 맞고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친구여! 접종은 무사히 마쳤는가? 코로나 19 장기화로 날마다 고단한 현실이었지만 버티고 견디며 살아온 기적이 우리네 삶의 밑천일 것이므로 고독한 거리두기에서 벗어나 마음껏 술잔을 부딪칠 수 있는 <고생 끝 행복의 시간>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신드롬이라 해도 무방하네만 이 시대 희망(希望) 이데올로기 백신 접종 이후의 새로운 세상 가슴 벅차게 맞이하세. 그리 하겠다면 내 말 좀 들어보시게. ​2020년 12월 ~ 2021년 2월, ‘광화문 글판’의 겨울편은 김종삼 시인(詩人)의 ‘어부(漁夫)’라는 詩에서 인용했었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어디서 들은(聽) 바 있는 윗글은 고(故) 장영희 교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제목으로도 쓰였고, 그 책 127쪽 ‘마크 트웨인’의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글귀와 함께 소개된 바 있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 4차 대유행 조짐으로 너무나 암담한 일상이었기에 광화문 글판의 '漁夫' 싯귀는 별다른 감흥(感興)이 없었지만, 예방주사 접종 직후에 우연히 지난 겨울편이 생각났었고 갑자기 가슴 속을 파고들면서 뭉클함이 파도처럼 일렁거렸다네. 이는 백신 접종 후광(後光)이며 그야말로 반전(反轉)이었지.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의 부작용(副作用)에 대한 악성(惡性) 루머가 나돌았지만 백신은 희망의 주사(注射)였네. 지난 달 28일 백신을 맞고 난 후, 묘한 기쁨이 없지 않았었네. 갑자기 詩의 전문(全文)을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

<漁夫>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가면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老人)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복면(腹面)에 가까운 마스크,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운 세상이었네. 확진자 숫자를 발표할 때마다 음습한 불안으로 무척 힘들었지. 자네는 어떠했는가? ‘漁夫’라는 詩의 시작처럼 인생은 늘 고깃배처럼 출렁거리고 모진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지. 무사히 건너 온 지금까지가 기적(奇跡)의 연속이었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의 가장 큰 죄악(罪惡)은 바로 ‘希望‘을 잃는 것‘ 이라고 했었지. 이 말이 작은 고깃배의 닻처럼 가슴에 깊이 내려앉는구려. 그 ‘希望(Hope)’ 때문에 자신(산티아고)이 잡은 청새치는 상어와 싸워 빼앗겼을 망정 온갖 역경을 헤치고 소년(마놀린)이 기다리는 항구로 돌아 올 수 있지 않았을까. ‘希望’이라는 한문(漢文)을 서간문으로 의역(意譯)한다면 '밖으로 나간 사람이 돌아오기를 달을 바라보며 기원(祈願)하는 소망이고 바램'으로 읽히네. 무려 84일의 항해(航海), 밤낮으로 풍파에 흔들리면서도 사력(死力)을 다해 希望을 만들어 낸 어마무시한 집념의 노인(老人)은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묵직한 독백(獨白), 중얼거림으로 끝내고 말았네. ‘헤밍웨이의 시간’ 멋지지 않은가. 한없이 겸허(謙虛)하고 욕심이 없는 삶의 경건한 자세, 정말 ‘쿨’하고 ‘힙’하지 않는가. 울컥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왔네. 쿠바 어촌의 한 老人은 모든 漁夫의 ‘어부(漁父)’일세. ‘漁父’는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밤낮으로 상어와 사투(死鬪)를 벌이면서도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는 인생 교훈을 남기기도 했었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모티브(Motive)로 삼았을 것이라 짐작되는 詩人의 시구(詩句)처럼 우리 인생은 파도에 출렁이고 때론 풍랑을 만날 때도 있지만 希望을 잃지 않고 매순간 충실하다 보면 일상(日常)의 奇跡(Miracle)은 반듯이 찾아온다고 생각하네. ‘행복은 희망만 있으면 싹이 튼다.‘ 괴테(Goethe)의 명언에 연결하여 '행복'을 '奇跡'으로 바꿨더니 느낌이 참 좋군. 세상의 경이(驚異)와 奇跡의 품계(品階)를 낮추면 奇跡은 늘 가까이 있는 법일세. 물위를 걷는 것만 奇跡이 아니라 우리가 아침마다 침대 위에서 눈을 뜨는 사건(?)이 奇跡이 아니겠는가. 수많은 인연과 무수한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매순간 奇跡을 만든다는 생각이 인생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너무 빗나간 논리의 비약인가! 그렇다 해도 지금 힘겹게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바로 내일을 살아갈 奇跡이라는 것 확실치 아니한가.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라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으며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극복을 위해 애쓴 우리 모두가 奇跡이 아니었을까. 친구여! 백신이라는 복음(福音),희망의 기적(汽笛)이 울려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네. 그리고 재미없는 어쭙잖은 편지를 여기까지 읽었다면 고맙기도 하지만 이 또한 奇跡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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