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이야기

텃밭 가꾸기가 통쾌한 이유

박종섭 승인 2021.06.05 02:36 | 최종 수정 2021.06.05 02:39 의견 0

텃밭은 누가 뭐래도 텃밭 주인의 작품이다. 흰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내 마음대로 그리면 된다. 그동안 살아오며 내 마음대로 해본 것이 얼마나 될까? 평생을 직장 생활을 해왔지만 내 마음대로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텃밭만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래서 텃밭에 나오면 나는 이 밭 저 밭 둘러보기를 좋아한다. 어느 밭 하나 똑같은 게 없다. 심어진 작물이 주인의 뜻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내가 이런 멋진 일을 할 수 있다니.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고 기뻐하였듯, 자식을 낳은 어미의 사랑이 이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골에서 어르신이 계실 때 가져온 푸성귀는 웬만한 건 먹고 버렸는데 내가 키운 상추 이파리는 하나도 버리기 아깝다고 아내는 씻고 또 씻는다.

텃밭은 언제나 살아 숨 쉰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림이 그려지고 활력이 넘친다. 바람도 쉬어가고 빗줄기도 후드득 물을 뿌리는가 하면 햇살은 때론 따스하고 따갑게 잎과 열매에 에너지를 부여한다. 벌과 나비도 찾아오고 벌레도 배를 불린다. 어두운 밤, 별과 달의 속삭임도 천둥소리와 함께 커가는 열매 속에 녹아있다. 어느 것 하나 저절로 익어가는 게 없다. 하나의 열매가 영글기까지 수많은 요소가 동원되어 오케스트라가 완성된다.

각각의 열매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표현의 결과다. 맛도 향도 다르다. 고추는 맵고 토마토는 특유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수박은 풍선처럼 크게 더 크게 몸을 불린다. 몸속에 빨간 속살은 최고의 걸작품이다. 쩍 갈라지는 소리와 한 조각 베어 물때의 그 촉감은 비길 데가 없다. 마치 “이게 나야!” 하며 나서는 것 같다. 참외 오이도 빠지라면 서운할 것이다. 열매채소만 이러랴. 뿌리채소도 마찬가지다. 고구마 감자는 또 어떠한가. 햇감자나 고구마를 구워 김이 모락모락 날때 맛이란 먹어봐야 그 맛을 안다. 이렇듯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똑같은 흙에서 비롯된 식물의 이 스펙트럼한 조화는 과연 누구의 작품이란 말인가?

텃밭은 주인의 성향에 따라 각각의 특성을 갖는다. 그래서 텃밭을 둘러보는 일은 항상 즐겁다. 서로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어서다. 사람도 붕어빵처럼 똑같은 모습 똑같은 성향으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세상이 새롭고 역동적인 것은 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날 한 시에 낳은 쌍둥이도 성격이 다 다르다. 그렇듯 텃밭에 심은 작물도 제각각이다. 공통으로 심는 것 몇 가지 빼고는 심은 종류가 가지가지다. 먹을 채소뿐아니라 조그만 텃밭에 꽃나무를 가꾸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자란 꽃이 피면 그것도 예쁘다.

매일 찾아 돌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사람도 있다. 올 때마다 풀을 뽑고 가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풀인지 채소인지 모를 정도로 게으른 사람도 보인다. 어떻게 가꾸던 그건 주인의 마음이다. 내 마음대로 골라 심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내가 심은 작물이 자라니 돌보는 것조차 즐겁고 기쁨이 넘친다. 텃밭은 나에게 남은 인생은 오직 즐겁고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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