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의 <오월> 中에서

?아무리 멀리 있어도 격리(隔離)될 수 없는 지구촌, 지금은 코로나 19의 공격으로 심한 역병(疫病)을 앓고 있다. 신음(呻吟)하는 지구촌에서 아직 마스크 벗지 못하는 '계절의 여왕' 5월은 앞으로 이틀 더 머물겠지만 천천히 서둘러 6월을 마중하면서 연민(戀憫)을 토(吐)한다. '바이러스에 멱살 잡혀 있지만 지구는 변함없이 돌아갈 것이다' 거리두기가 불가능할 만큼 태생적으로 가까이 존재하기에 서로 존재할 수 있는 인연(因緣), 5월과 6월의 스치는 공간을 '오뉴월'이라는 상징으로 업로드 시키는, 같은 듯 다른 이웃의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연대(連帶)가 아닌가. 거기에 이른다면 오월은 '因'이고, 유월은 '緣'이다. ‘인간의 본질이 만남이다. 그러므로 어떤 만남이냐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 어떤 만남도 소중하지 않음이 없고 인간의 삶에서 만남처럼 극적인 사건도 드물다. 사람이 성장하고 영향을 받는 옛사람들과 정신적 만남은 독서(讀書)를 통한 連帶가 아니던가. 거부할 수 없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이겠지만 비(雨)와 바람(風)를 만나는 것도 오월 속에 있는 것도 유월의 신록(新綠)을 만나는 것도 의미 없는 만남은 있을 수 없다. 팬데믹이 키운 인간의 외로움이 증명하고도 남는다. 인생은 만남이다.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연(緣)이 우리 인생을 만들고그것들이 모두 소중하지만 의미있는 인연으로 격상(格上)시키려 한다면 산책을 하다 하늘을 보며 하늘과 나를 연결하는 것처럼 因과 緣의 성찰을 통한 관계(關係)의 진리(眞理)를 고뇌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불가(佛家)의 인연법(因緣法)으로는 원인도 결과도 추구할 수 없다는 불가지론(不可知論)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사람에 한정(限定)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도 있고, 자연에도 있고, 물질에도 있고, 因緣이 없는 곳이 없는 것이 因緣이다. 그리고 '因'은 직접적인 원인이고 '緣'은 간접적인 원인이다. 내 마음 가짐이나 나의 노력이 因이라 하므로 업(業)이나 혼(魂)이 작용하고 나의 주변 환경은 緣이며 외부 자극의 감성이 작동한다. 因과 緣의 부조화(不調和)는 고통이 따른다. '因과 緣'의 구조(構造)다. 우리네 삶에서 모든 만남은 必然이며 우연(偶然)은 없다. 심지어 바이러스와 因緣까지도.....지구촌에서 삭제될 수 없는 인연이라면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아니라 과거 보다 더 강력하고 끈끈한 連帶가 필요한 세상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뿐만 아니라 유별(類別)까지도 相從하고 連帶해야 한다.

?언감생심(焉敢生心),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봄날은 기억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봄날이 오고 간 줄도 모르고 어디를 가든 좌불안석(坐不安席),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因緣의 공간(空間)이 확대되는 同病相憐의 '오뉴월'처럼 좋은 인연이 따로 있다면 나와 상관없이 시작되었을지라도 어떻게 격상시키는가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내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다. 이 편지 마무리할 즈음에 격조(隔阻)했던 술(酒)친구의 돌발적인 안부(?) 전화를 받았다. ‘집콕’하며 숨어 지낸다는 자조(自嘲)섞인 넋두리를 한 뒤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의 안정성과 접종(接種) 여부(與否)를 물었고 미지근한 우정을 격동시키려는 예방주사(豫防注射) 連帶를 모색(模索)하려 했을 뿐 낮술의 주사(酒邪)는 아니었다. 친구여!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로는 복불복(福不福) 바이러스라는데 날마다 확진자 숫자 세어 무엇하리. 코로나 백신의 連帶感으로 부질없는 自嘲와는 거리를 두자. 세상과 인연으로는 불안과 공포는 여전하지만 우리는 지금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끄트머리에 있다. 가까이 다가 온 6월의 ‘원숙한 여인’에게 씻은 손을 내밀어 희망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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